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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의 유럽여행기

Evan의 유럽여행기3|런던, 고즈넉한 회색빛깔의 도시

Evan.Ko 2018. 7. 14. 06:35

18시간의 비행 끝에 히드로 공항에 내려, 런던에 처음 발을 디디며 바라본 시내의 모습은 정말 이국적이었다.

 

(히드로 공항 앞의 비행기 조형물)

 

전쟁 이후 철저하게 계획되어 설계된 도시들이 가득한 서울 근교에 살다가 처음 밟아본 낯선 타지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웅장하게 늘어선 갈색빛깔의 예쁘장한 건물들이 회색빛깔의 런던 특유의 날씨와 어우러져 마음과 눈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곳곳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들은,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조깅을 하고싶다는 욕구가 샘솟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담이지만, 마음따라 여행을 즐기겠다 다짐했던 터라, 당연지사 영국에서는 아침마다 조깅을 하게 되었다(이 조깅의 여파로, 프랑스 여행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런던 켄싱턴 가든)

 

런던의 길을 걷다 보면 끊임없이 등장하며 늘어진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건물들 덕분에, 어느 순간 역치를 넘어서며 실증이 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수풀이 우거진 켄싱턴 공원을 지나 웅장한 자태의 헤롯백화점을 보게 된다면, 락교와 생강으로 입가심을 한 것처럼 청량한 느낌으로 다시금 런던 시내를 마음껏 담아 낼 수 있다.

 

(전형적인 영국의 건물들)

 

수많은 공원과 차분한 건물들이 조화를 이룬 침착하고 여유로운 도시의 분위기 탓인지, 영국 사람들의 삶에는 여유가 넘친다.

오후 6시면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넘쳐나기 시작하고, 집 앞 공원은 나들이 나온 가족과 연인들로 가득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먼 타지에서는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게 되면서 첫번째 문화충격을 받게 되었다.

 

해가 늦게 지는 탓인가?!

 

앞으로도 계속 유럽을 돌며 느끼겠지만, 이런 여유는 고국으로 가지고 가고픈 마음이 한가득 하다.

 

내가 4 5일동안 머물게 된 호텔은, Shepherd Bush Rd(셰퍼드 부시)에 있는 Hotel 65 였다.

 

런던의 외곽은, 역시나 유명한 관광지 답게, 수많은 주택단지들이 일자로 늘어선 채 관광객들을 받고 있는데, 얼핏 보면, 일반 가정집 같지만, 거의 대다수가 호텔이거나 호스텔이다.

 

(런던의 호텔 및 호스텔)

 

지은지 50년은 넘어 보이는 옛 감성을 간직한 호스텔에서 지내게 되니, 반지하라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도 충분히 매력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는 콘센트와 전압이 달라, 어댑터가 필요했는데, 전압도 낮은 탓에, 휴대폰 충전이나 기타 배터리 충전이 한국보다 서너 배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야무지게 챙겨온 캐리어를 들고 숙소에 들어가 앞으로 한달동안 함께 하게 될 동행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런던의 공기를 가득 머금고 싶어 밖으로 나갔다.

 

(한달의 시간을 함께하게 될 친구들)

런던 중심가에서 템즈강을 따라 서쪽 방향에 위치한 해머스미스 역이 우리가 매일 아침마다 이용하게 될 역이었다.

 

헤머스미스 역은 한적한 시골 같은 느낌을 간직하면서도 분주한 도시의 느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굉장히 오묘한 곳이었다.

 

런던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기에, 도착 날은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무작정 걸었다.

 

South Kensington을 지나, 하이드 파크를 하염없이 걸어 헤롯 백화점을 향해 갔다.

 

역시나, 영국은 공원이 정말 잘 되어 있다.

 

(런던 그린파크)

 

우리가 공원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 무렵이어서 그런지, 퇴근하고 여유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여유 가득한 현지인들을 보며 한적한 공원을 거닐다 보면, 우리 대한민국이 얼마나 지나치게 분주한 곳이었는지, 우리가 스스로를 얼마나 희생하며 살고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깨닫게 된다.

 

(런던 리전트 파크)

마침내 해질 무렵 도착한 해롯 백화점.

붉은 노을빛으로 물든 헤롯 백화점의 자태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모습과 똑같았다.

 

(해질 무렵의 해롯백화점)

 

테러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조금 유명하다 싶은 곳에서는 무조건 검문 검색을 실시했는데, 백화점 입구마다 지키고 있는 엄숙한 표정의 경호원의 모습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백화점을 헤집고 다니는 수많은 관광객(우리들을 포함하여)들의 모습이 서로 대조를 이루며,

어느 곳을 여행한다는 것과그 곳에 산다는 것 사이의 괴리감을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행 첫 날부터 짐을 늘리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딱히 백화점에서 무엇을 살 계획도 없었기에, 그냥 그 규모와, 외관에 감탄을 하고 백화점을 나왔다.

 

 조금 더 돌아볼까 했지만,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몸이 슬슬 무거워 지기 시작했고, 함께한 일행 모두 말이 점점 사라져 감을 느끼게 되어 모두 숙소로 돌아왔다.

 

(오렌지 색의 고즈넉한 분위기의 런던)

 

2년 4개월의 기나긴 군생활이 끝나자 마자 함께하게 된 인연들과 함께, 첫인상 좋은 유럽에서의 한 달을 한껏 머릿속에 그리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이렇게 나의 유럽여 1일차는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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