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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의 유럽여행기

Evan의 유럽여행기2|하늘 위의 도시에 머무르다.

Evan.Ko 2018. 7. 14. 03:30

여행은 항상 설레임을 동반한다.

 

아무 생각 없이 올라탄 비행기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에미리트 항공이었다는것은 의식하지 못했다.

좌석에 앉고 보니, 평소보다 안락함에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고, 내가 탄 비행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새벽 한시, 수백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날아오른 거대한 쇳덩어리.

 

약간의 서리가 낀 타원형의 창문을 통해, 깜깜한 밤하늘을 고즈넉히 바라보는 느낌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별이 빛나는 하늘)

 

지금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새벽 한시, 현지 시각으로는 몇 시인지 잘 모르겠다.

시간 관념이 서서히 사라지며, 평온한 마음에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시간이란 그저 사람이 정해놓은 약속일 뿐인데... 지금이 몇시인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는 이 느낌이 너무나도 고요하구나...'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흔들리며 나는 쇳소리에 나는 화들짝 잠에서 깨어났다.

 

뻐근해진 온몸... 아무리 거대한 비행기라 하더라도, 이코노미석은 딱히 아늑하지 못하다는것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나의 자리는 꼬리 쪽 우측 창문에 붙어있는 좌석인데, 다행히도 엔진소리가 크지 않고, 창 밖을 볼 수 있어 좋구나 생각했지만,

 

아뿔싸 그것이 아니었다

 

별이 사라진 컴컴한 하늘은 그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고, 게다가 화장실을 가려면 무려 두사람이나 깨우며 지나가야 한다.

 

앞으로 여덟 시간 반 동안 더 가야 하는데

 

온전히 비행을 즐기며 밤을 지새우기에는 시간도 너무 길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너무나 어색하다.

 

 

그렇더라도, 장거리 비행은, 몸은 고단하긴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왠지 모르게 포근하다.

 

아마 수백명의 승객들과 함께 이 요란한 쇳덩어리 안에 갇혀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일지도.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설레임 그리고 행복한 표정을 지닌 수백명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아무때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하늘을 가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은, 수많은 국적,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전례없는 평등한 운명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가 수천대는 될테니까, 적어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함께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며 하늘 위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역시, 유토피아는 하늘에..?.

 

지상에서 평등한 운명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도대체 왜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차차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임이 틀림 없다.

 

이제 런던에 도착하려면 10시간 정도가 남았구나.

 

런던은 어떤 곳일지 굉장히 기대가 된다.

 

 

 

 

『Evan의 유럽 여행기를 연재중입니다.

 

- 다음편 보기(런던, 고즈넉한 회색빛깔의 도시.) -

http://evanito.tistory.com/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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