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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살아남기(2018~2020)/Evan의 스페인 이야기

스페인 유학생활 솔직 후기

Evan.Ko 2018. 6. 9. 04:26

마지막 블로그 글을 올린것이 4월 25일이니까, 벌써 한달 하고도 반이 흘러버렸다. N.I.E 발급의 첫번째 도전이 실패하고 나서 블로깅을 한것같은데, 벌써 한달 반이 지났다니

시간 정말 빠르다.

스페인에 첫 발을 디디는 모든 유학생들은 각자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온다. 나도 그랬다.

창업을 해볼까? 취직을 해볼까? 새로운 나라에서 좋은 공기를 만끽하며 인생을 꾸려볼까?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깨닫게 되는것은,

인생은 절대로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자기 찾아오는 기회, 갑자기 알게된 정보들을 통해 나의 내일 나의 다음달, 나의 내년이 휙휙 바뀌어버린다.

 

그것이 좋은 방향일수도 있고, 때론 나쁜 방향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좌절할필요는 없다. 인생의 방향이 바뀌더라도, 걷는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어딘가로 나아가는 중이긴 하니까 말이다.

 

아! 이야기를 계속 하기에 앞서, 먼저 N.I.E 발급때문에 마음 졸이며 밤잠 설치는 새내기 유학생들을 위해 한말씀 올려볼까 한다.

뻔한 이야기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것ㅎㅎ

적어도, 학생비자 혹은 장기 비자를 한국 스페인 대사관에서 발급받아 온 경우라면, N.I.E는 가지고 있는것이고, 원칙상으로 유효기간은 현지 도착날짜부터 3개월이니 그 전에만 N.I.E를 등록하면 된다. CITA가 잡히지 않아 한국 돌아가야하는게 아닌가 발 동동 구르며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CITA를 잡는것은 지문등록(TOMAR LA HUELLA)을 하고 T.I.E(N.I.E 번호가 적힌 카드)를 발급받기 위함이고, 원칙상 스페인 외국인사무소(Oficina Extranjería)에서 발급받은 N.I.E를 등록(RESUELTO-FAVORABLE)하기만 한다면, 체류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해야할것은, N.I.E를 등록하고, CITA를 잡아 T.I.E를 발급받으면 된다.

그런데,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같은 대도시같은 경우 외국인사무소에 가면 두개를 동시에 해주기 때문에, 스페인에 처음 발을 디디는 유학생으로서는 뭐가 뭔지 잘 모를수밖에 없다.

복잡하다.. 복잡해..

아무튼! 혹시라도 N.I.E 때문에 고민중이시라면, 언제든 거리낌 없이 메일을 주시길 바란다.(senezio@naver.com)

 

현지 시간으로 어제, 드디어 지문등록을 하고 T.I.E 신청을 마무리 지었다. 두달전에 마무리했다면 아주아주 설레였겠지만, 이미 현지 적응을 다 하고도 남은 지금이 되니, 별로 감흥이 없다. T.I.E는 T.I.E일 뿐, 나에게는 신경을 쏟아야 할 더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현지에 도착해서 정말 많은 고민들을 했던것 같다.

한국인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남부의 해양도시 카르타헤나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으나, 처음 도착했을때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월세를 내는것도, 밥먹기 위해 돈을 쓰는것도 뭔가 아까웠고, 열심히 모아둔 나의 계좌에서 돈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할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유학을 하고싶지만, 돈은 쓰기 싫다는 아이러니한 욕망 덕분에,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볼까 싶어 사이트도 만들어보고, 코딩도 배우기 시작하고, 현재 생활을 즐기는 것 빼고는 다 해본것 같다.

 

하지만, 계속 무엇인가를 하면 할수록, 끊임없이 등장하는 수많은 벽들로 인해 불확실함은 더욱더 커지게 되었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현재에 집중하는것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게, 지난 3개월동안 내가 느낀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앞으로 내가 맞닥뜨리게 될 선택지들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나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유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한다.

 

1.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으로 취직한다.

2.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에서 창업한다.

3. 열심히 공부해서 스페인에서 취직한다.

4. 열심히 공부해서 스페인에서 창업한다.

5.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나라에서 취직한다.

6.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나라에서 창업한다.

 

이렇게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미래를 적고보니,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에 조금 슬퍼졌지만, 어떤것을 선택하든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개인적으로, 어차피 일할거라면 공기 좋고 날씨 좋은곳에서 좀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에 3번과 4번에 조금 더 마음이 가긴 하지만ㅎㅎ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미래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을 드디어 깨닫게 되니, 현재가 눈에 들어왔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 더 많은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자꾸만, 자꾸만,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기회와 정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에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너무나 신기한것...

 

해외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고생 하는 유학생들에게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이 순간에 모든 정신을 쏟으며 지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것은 그뿐이니까.

 

다음 블로깅부터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유학생들, 혹은 미래의 유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포스팅 해볼까 한다.

스페인어 공부를 위한 꿀팁이라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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